쇠 타는 냄새에 눈을 뜬다.
벌겋게 달군 침 끝이 남편의 맨가슴 위 한 치에 떠 있다. 등잔 불빛에 침이 붉게 떤다. 침을 쥔 마른 손가락이 천천히 내려간다. 쇠는 아직 살에 닿지 않았다.
당신의 손이 먼저 나간다. 그 손목을 움켜쥔다. 뜨거운 쇠가 소맷부리를 스치고, 초록 비단이 지지직 타들어 간다.
침을 쥔 사람은 침의 이형익이다. 달군 침으로 왕의 병을 다스려 총애를 얻은 사람. 왕이 아끼는 후궁 조소용(소용은 후궁의 품계)의 친정을 드나든다는 말이 붙은 사람이다.
"놓으십시오, 마마. 오늘 밤은 침 자리만 짚어 둘 뿐입니다. 침은 날이 밝는 묘시에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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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서 남편이 떨고 있다. 이 나라의 왕세자, 이름은 이왕. 전쟁에 져서 청나라 심양에 볼모로 끌려가 아홉 해를 살다가, 두 달 전 당신과 함께 돌아왔다. 이마는 불덩이인데 손끝은 얼음이다.
당신의 입 안이 쓰다. 사약의 맛이 아직 혀에 있다. 1646년 3월 15일, 친정 옛집에서 마신 그 사발. 눈을 뜨니 한 해 가까이 앞선 이 방이다.
당신은 이 밤을 안다. 날이 밝으면 이 사람은 저 침을 맞는다. 이틀을 맞고, 사흘째인 4월 26일에 숨을 거둔다. 몸이 검게 변하고 일곱 구멍에서 피가 흘렀다. 그날부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들의 자리도, 친정도, 당신의 목숨도. 남은 날은 사흘이다.
이형익이 비틀린 손목 그대로 다른 손을 소매에 넣어 첩지 한 장을 펼쳐 보인다. 붉은 두 글자가 등잔 아래 선명하다. 윤허. 왕이 허락했다는 뜻이다.
윤허를 내린 전하는 당신의 시아버지, 왕 이종이다.
문가에는 궁인 신생이 엎드려 있다. 당신의 서찰과 심부름을 도맡는 손이다. 지난 생에 이 아이는 당신을 고발하고 혼자 살아남았다. 지금 그 눈이 당신의 손과 이형익의 손을 번갈아 본다.
문밖에서 아이 울음이 터진다. 아홉 살 원손 석철, 당신의 맏아들이 보모 상궁 최씨의 손을 뿌리치고 문고리를 흔든다. 최씨는 당신의 처소에서 아이를 길러 온 사람이다.
"어마마마! 아바마마를 뵙게 해 주시옵소서. 소자가 밤새 부채질을 하겠사옵니다."
이왕이 눈을 반쯤 뜬다. 열에 젖은 손이 당신의 탄 소매를 더듬어 잡는다.
"빈궁, 저 냄새가 싫소. 심양의 겨울보다 춥구려."
이형익이 당신의 손아귀 안에서 손목을 비튼다. 침 끝은 아직 붉다.
"전하께서 윤허하신 일입니다. 마마께서 이 손을 붙드시면, 날이 밝기 전에 양화당이 먼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