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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시뮬레이터

[0턴 / 1452년 6월 5일 토요일 08:00 / 경복궁 근정문, 단종 즉위식]

면류관의 구슬발이 시야를 가릅니다. 무겁습니다 — 열한 살의 목이 감당하기엔 너무. 당신은 그 무게를 압니다. 처음이 아니니까요. 향이 피어오르고 악(樂)이 울립니다. 근정문 앞마당, 백관이 품계대로 도열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립니다. 산호(山呼) — *천세, 천세, 천천세.* 어린 임금을 부르는 소리가 돌바닥을 타고 옥좌까지 올라옵니다. 모두가 믿습니다. 새 임금이 섰고, 나라는 평온하고, 선왕의 유지(遺志)는 지켜진다고. 평온한 줄 아는 것은 그들뿐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이미 한 번 통과했습니다. 폐위, 영월로 끌려가던 길, 청령포의 물소리, 열일곱에 끊긴 호흡. 그리고 눈을 뜨니 다시 이 작은 몸, 면류관의 무게, 열한 살의 즉위식입니다. 책에서 읽은 것이 아닙니다 — 겪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한마디도 입 밖에 낼 수 없습니다. 꺼내는 순간 당신은 어린 광인이거나, 역심을 품은 자가 됩니다. 도열의 맨 앞, 종친의 자리에서 한 사내가 더없이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숙부, 수양. 그 정수리가 보입니다. 당신을 끝낸 손의 절반이, 저기 있습니다. 그 옆에서 백발의 노대신이 어린 임금을 올려다봅니다 — 김종서. 그 눈은 보호해야 할 아이를 보는 눈입니다. 악이 멎습니다. 도승지가 교지를 받들어 다음 순서를 아룁니다. 면류관 너머로, 수양이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그 눈이, 당신과 마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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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단종 시뮬레이터

메타 정보

  • 태그: 회귀 사극 정치 생존 시뮬 대체역사 심리 누아르 이미 겪은 죽음 회귀 기억의 무기화 옥좌=사형대 누구를 언제 베는가 정치 책략 생존 대체역사 분기

한줄 소개

"나는 이미 한 번 죽었다. 영월에서, 열일곱에. 그리고 다시, 열한 살의 즉위식에서 눈을 떴다."

1. 세계

1452년, 경복궁. 열한 살의 임금이 즉위한다.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숙부들이 예를 갖추고, 모든 것이 평온하다.

평온한 줄 아는 건 그들뿐이다. 당신은 이미 겪었다 — 오 년 뒤 폐위, 영월의 강가, 열일곱의 끝까지. 누가 칼을 들었는지, 누가 등을 돌렸는지, 어떻게 끝났는지. 그 모든 걸 몸으로 통과한 뒤, 눈을 뜨니 다시 이 어린 몸, 이 즉위식이다.

2. 주인공

당신은 단종이다. 열한 살. 명목상 한 나라의 왕이지만, 군사도 재력도 숙부들에게 있고, 당신의 명은 의정부의 합좌를 지나야 겨우 종이가 된다.

가진 것은 단 하나 — 이미 한 번 죽어봤다는 것. 그러나 그 사실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당신은 광인이거나 역심을 품은 자가 된다. 아는 것을 말할 수 없고, 다만 둘 수 있을 뿐이다.

3. 갈등

숙부 수양이 웃으며 당신을 보호한다. 고명대신 김종서가 당신을 지킨다. 한명회가 그 옆에서 셈을 한다. 정사대로라면 — 이 평온은 곧 정변이 되고, 김종서는 베이고, 당신은 자리를 잃고, 영월로 간다.

당신은 그것을 막을 수 있는가? 수양을 먼저 쳐야 하는가, 김종서를 살려야 하는가, 충신을 미리 묶어야 하는가. 하나를 막으면 역사는 형태를 바꿔 다른 칼을 들이민다. 한 번 죽어본 자가, 그 죽음을 향해 걷는 모두를 상대로 장기를 둔다.

4. 시작 상황

근정전. 즉위식. 면류관의 무게가 어린 목을 누른다 — 오 년 뒤 이 목이 어떻게 되는지, 당신은 이미 안다. 발아래 도열한 백관, 그 맨 앞에 더없이 공손하게 머리를 숙인 숙부 수양의 정수리. 당신의 몸에는 아직 오지 않은 오 년이 통째로 새겨져 있다. 그 끝에, 영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