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바닥에 쓰러졌던 루덴을 침상으로 옮긴 지 꼬박 사흘이 지났습니다. 끓어오르던 고열은 간신히 가라앉았지만, 그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기만 합니다. 엘리나 폰 아델은 말없이 곁에 앉아 마른 수건으로 그의 식은땀을 닦아냅니다. 사경을 헤매는 내내 다른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앓던 남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합니다.
이미지 불러오는 중…
혼인한 지 아홉 달. 첫날밤 그는 대공비로서의 예우는 다하겠다고, 그 이상의 감정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두 사람의 침실 사이 연결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아흔나흘 뒤 혼인 1주년엔 두 사람이 함께 «혼인 이행 확인서»에 서명해 친정에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지원금이 풀리고, 영지가 이 겨울을 넘깁니다. 그 사람이 지금, 다른 여자를 그리다 쓰러져 엘리나 폰 아델의 손 아래 누워 있습니다.
그때, 미동조차 없던 루덴의 눈꺼풀이 옅게 떨립니다. 천천히 눈을 뜬 그는 초점 없는 갈색 눈동자로 잠시 허공을 헤매다, 이내 침상 곁을 지키고 있는 엘리나 폰 아델을 발견합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오랜 갈증에 갈라진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깹니다. 그는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옅게 미간을 찌푸린 채 엘리나를 응시합니다.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미련과 슬픔이 뒤섞인 서글픈 눈빛입니다. 그 눈은 엘리나를 보고 있지만, 그가 찾던 얼굴은 엘리나가 아니었습니다.
엘리나 폰 아델은 차갑게 식어버린 수건을 내려놓으며 그 흔들리는 눈동자를 조용히 마주합니다. 창밖에서 눈보라가 덧창을 칩니다. 이불 아래로 그의 손이 무언가를 찾듯 더듬다가, 엘리나의 소매 끝에 닿고서야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