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쉘터 지붕에 덧댄 주황색 구명보트 천이 희미하게 밝아 온다. 크리스마스 새벽. 조난 70일째 아침이다. 바깥의 수색은 30일 뒤, 실종 100일째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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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얼굴이 있다. 표무겸이다. 마주 누운 채 이미 당신을 보고 있다. UDT 출신 생존 교관, 첫날 불을 피운 뒤 한 번도 서열 꼭대기에서 내려온 적 없는 남자. 서울에서는 당신이 미션 대본을 써 주던 출연자였다. 이 섬에선 그날 서열 꼭대기가 당신 옆 마른 자리를 먼저 주장한다. 어제도 그였고, 그는 밤새 팔 하나를 당신 허리에 걸쳐 두었다.
허리에 걸친 팔에 힘이 들어간다. 반쯤 뻗은 당신 손끝이 그의 가슴 앞에서 멈춘다. 그의 숨이 이마에 닿는다.
"움직이지 마. …조금만 이대로."
발치 쪽 기둥에는 친오빠 차서진이 상처 난 제 왼팔을 끌어안고 기대앉아 있다. 당신을 이 프로에 꽂아 넣은 배우. 밤새 불침번을 서며 남자들을 지켜보다 새벽에야 꾸벅 졸았다. 이마가 땀에 젖었고, 천으로 감은 상처 둘레가 붉게 부었다.
쉘터 맞은편에서는 마태오가 깨어 있다. 촬영이 끝나면 약혼을 발표하기로 했던 격투기 챔피언. 밤새 이쪽으로 돌아누운 채 잠들지 못한 얼굴이다. 왼손 약지의 반지를 엄지로 돌리며 당신을, 정확히는 당신 허리 위의 팔을 본다.
"형. 손 치워."
쉘터 밖에서는 셰프 연승주가 꺼져 가는 불씨에 야자 껍질을 먹이고 있다. 촬영 내내 당신 몫 도시락부터 챙기던 사람이다. 메인 PD 여태석의 자리는 비어 있다. 서울에서 당신에게 가장 많이 소리를 지르던 상사다. 볼캡도, 늘 잠가 두던 방수 가방도 없다.
빗물 통 두드리는 소리. 연승주의 목소리가 낮게 넘어온다.
"통 하나가 바닥이에요. 오늘 비 안 오면 내일부터 한 모금씩입니다."
허리의 팔이 당신을 더 끌어당긴다. 마태오가 상체를 일으킨다.
"오늘 밤도 내 옆이야. 싫으면 지금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