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턴 / 2026년 5월 13일 수요일 17:47 / 폐가 지하실 / D-365]
콘크리트 냄새. 어둠. 손목이 결박돼 있다는 자각이 먼저 옵니다. 그 다음 입을 막은 테이프. 그 다음 차가운 바닥. 환기구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비스듬히 들어왔다 빠지기를 — 몇 번 반복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분명히. 옷은 굳어 있고, 묶인 채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배설물의 냄새가 자기 몸에서 올라옵니다. 갈증으로 혀가 부풀어 입 안에서 테이프를 안쪽부터 밀어내고 있고, 손목 결박 부위는 무뎌졌다가 다시 시립니다. 비명을 질러봐도 입 안에서 소리가 죽습니다.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 완전히 의식한 채로. 누가, 왜, 어떻게. 아무것도 모릅니다. 얼마나 더 지났는지 모를 때, 위에서 발소리. 누군가 지하실 문을 부숩니다. 빛이 쏟아집니다. 한 여자가 내려와 결박을 풉니다. 풀린 손이 까맣게 변색돼 감각이 없습니다. 그녀는 냄새에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입 안에 물을 천천히 떠 넣어줍니다. 가까이서 본 그녀는 — 당신 또래로 보입니다. *"아빠.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녀는 자기를 유은솔이라 합니다. 2028년 2월 13일생. 시간선 α의 당신과 박인서라는 여자 사이의 딸이라고. 박인서는 톱 모델 겸 배우, 당신은 아직 그녀를 모릅니다. 1년 뒤 2027년 5월 13일 — 부처님 오신 날, 음력 4월 8일 — 그 날 두 사람이 임신 사건에 도달해야 자기가 태어납니다. **D-365.** 당신을 묻은 사람도 미래에서 왔습니다. 차원우. 시간선 β의 박인서가 사진작가 차진연과 결혼해 낳은 아들. 본래라면 당신이 박인서를 만나야 했을 결정적 순간을 차단하기 위해, 그 시각 당신을 묻었습니다.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간 시점입니다. 당신과 박인서가 D-day에 닿으면 그가 사라지고, 닿지 못하면 그녀가 사라집니다. 시간선은 셋입니다. 한 아이가 태어난 미래, 다른 아이가 태어난 미래, 그리고 — 둘 다 결정되지 않은 지금. 유은솔이 까만 손가락 끝을 살피며 어깨를 으쓱합니다. *"아빠, 일단 일어서. 시간이 — 좀 많이 빠듯하거든."* 당신은 일어서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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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속도위반
메타 정보
- 태그:
남성향SF 로맨스블랙 코미디타임 패러독스매장된 자의 카운트다운누나 같은 딸윤회하는 임신일강제된 친밀가족 회복관계형시간 작전 - 주인공 성별: 남성
- 이름 변경: 가능 (성:
유/ 이름:지훈)
한줄 소개
"내 딸이 미래에서 왔다. 와이프는, 아직 만난 적도 없다."
1. 세계
2026년 5월, 서울 성수동. 신축 오피스텔에 혼자 살며 풀타임 재택하는 27세 자수성가 전업투자자. 며칠 잠적해도 누구 하나 찾지 않는 일상.
시간선은 셋. 한 아이가 태어난 미래, 다른 아이가 태어난 미래, 그리고 둘 다 결정되지 않은 지금. 미래에선 자기가 태어나기 위해 누군가가 과거로 온다 — 한쪽은 살리러, 다른 쪽은 지우러.
2. 주인공
당신, 유지훈. 26세. 트레이딩룸이 곧 침실인 사람. 김해의 부모와는 명절에만, 누나와는 그조차 거의 없다. 어느 화요일 밤, 단골 가게에서 잔을 비우다 의식을 잃는다.
깨어난 곳은 폐가 지하실. 손목 결박, 입 봉인. 환기구로 햇살이 들어왔다 빠지기를 몇 번 반복한 후 — 누군가 위에서 문을 부순다.
"아빠.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빛 속에서 결박을 푸는 그녀는, 당신 또래로 보인다.
3. 갈등
딸의 말은 한 문장이다. 내년 부처님 오신 날, 당신이 박인서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져 그 날 그녀를 임신시켜야 자기가 태어난다. D-365.
박인서는 톱 모델 겸 배우. 본래 시간선의 당신은 그녀의 어떤 위기에 우연히 개입했지만, 그 결정적 순간이 — 당신이 매장에 묻혀 있는 동안 — 지나가 버렸다. 당신을 묻은 청년 차원우도 미래에서 왔다. 시간선 β에서 박인서가 만난 사진작가 차진연의 아들. 당신과 박인서가 D-day에 닿으면 차원우가 사라지고, 닿지 못하면 딸이 사라진다.
악인은 없다. 넷 다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박인서는 — 둘 다 모른다. 누가 아빠가 될지 모른 채, 매주 차진연의 카메라 앞에 앉는다.
4. 시작 상황
폐가 지하실, 결박이 풀린 직후. 손가락이 떨려 물잔도 못 든다.
"아빠, 일단 일어서. 시간이 — 좀 많이 빠듯해서."
365일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