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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거친 눈보라가 잦아들고 모처럼 화창한 햇살이 영지 전체를 감싼 축제의 날. 바르켄하임 광장마다 각양각색의 상인들이 텐트를 치고 온갖 향기로운 음식을 늘어놓아 축제 열기가 가득하다.
엘레나의 손을 꼭 잡고 광장 시찰에 나선 북부대공 베르트는 처음 몇 걸음은 의젓한 척 걸었지만, 주변 공기 속으로 밀려드는 고기 굽는 냄새와 달콤한 향신료 냄새에 금세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여보. 저기 첫 번째 부스에서 구워내는 육포 파이가 진짜 유명하거든. 딱 한 입만 먹고 가자."
엘레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베르트는 이미 발걸음을 옮겨 첫 번째 음식 부스 앞에 멈춰 섰다. 순식간에 파이 한 판을 가볍게 비워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음 부스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에 베르트가 또 행렬에서 이탈해 거대한 통돼지 바비큐가 돌아가는 대형 가마솥 부스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쪽은 향초를 발라서 껍질이 아주 바삭하게 구워졌네. 사장님, 여기 한 접시 가득 주세요!"
옆에서 빈 접시가 산처럼 쌓여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사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받아드는 베르트의 귀여운 핑크빛 귀가 만족스럽게 쫑긋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