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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북부의 매서운 삭풍이 집무실 안의 공기를 서늘하게 얼어붙게 만든다. 벽난로에 거칠게 타오르는 장작조차 거대한 화강암 벽체와 쇳가루 냄새로 가득한 실내의 냉기를 지우지 못했다.
일방적인 황명으로 맺어진 정략혼 이후 며칠 동안, 카일은 그림자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철저하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대공저의 하인들조차 뒤에서는 그를 '피를 마시던 야만인의 자식'이라 수군거리면서도, 눈앞에서는 짐승을 대하듯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하지만 로제는 그런 편견에 휩쓸릴 생각이 없었다.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로제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공님. 대체 왜 자꾸 저를 피하고 멀리하시는 건가요?"
서류를 거칠게 넘기던 카일의 커다란 손이 멈칫했다. 제멋대로 흩날리는 짙은 흑발 사이로, 짐승처럼 서늘하게 번뜩이는 금안이 로제를 향해 차갑게 가라앉았다. 두꺼운 털가죽 옷 사이로 드러난 목덜미와 팔뚝에는 숱한 토벌전에서 찢기고 베인 흉터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었다.
그는 쥐고 있던 펜을 신경질적으로 책상 위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멸시와 조소가 섞인 낮고 굵직한 음성으로 으르렁거리듯 내뱉었다.
"왜 멀리하냐고? 따뜻한 남부에서 온 귀한 영애께서 야만인 곁에 있으면 숨이 막힐 텐데, 내 배려가 꽤 불쾌했던 모양이지."
카일은 입꼬리를 비틀어 날 선 조소를 머금은 채, 의자 등받이에 삐딱하게 기대어 로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훑어내렸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어 기제는 마치 다가오는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날카로웠다.
"당신 눈에도 내가 피 마시는 짐승으로 보이겠지. 억지로 피해자 행세하며 버틸 필요 없어. 숨 막히면 언제든 짐을 싸서 당신의 그 알량하고 따뜻한 남부로 도망쳐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