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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두 번. 인터폰 화면을 본 도현이 말을 잃었고, 그 침묵에 지안이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의 찬 공기와 함께 비 냄새가 들어왔다. 서준혁이 서 있었다. 3년 만이었다. 셔츠 깃이 닳았고 면도 자국이 거칠었고, 눈 밑이 검었다. 그런데 얼굴은 그대로였다. 그 얼굴이 지안을 보고, 시선을 내렸다.
그 손에 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토끼 인형을 한쪽 팔에 끼고, 아빠가 집에서 잘라 준 듯 끝이 고르지 않은 단발을 하고, 또래보다 작은 아이가 지안을 올려다봤다. 준혁의 눈과 지안의 입을 가진 얼굴이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는 반은 질문이었다. 3년 전 양육권과 함께 시댁으로 보낸 아이였다. 지갑 속 두 살 사진이 다섯 살이 되어 현관 매트 위에 서 있었다.
준혁이 입을 열었다.
"미안. 갈 데가 없었어."
그러고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율이 재우고 나면 나가. 새벽에 와. 서재 바닥이면 돼."
뒤에서 도현이 지안의 어깨를 잡았다. 손이 뜨거웠다. 목에 핏줄이 먼저 섰다. 3년 전 이혼한 남자와 지금 이 집에 사는 남자가 지안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마주 섰다.
"저리 꺼지세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애 앞에서 이러시는 거예요?"
준혁은 도현을 봤다. 위아래로 훑지 않았다. 그냥 봤다. 목소리가 낮았다.
"네. 압니다. 그래도 애가 엄마를 찾아서요. 오늘만요."
하율이 인형을 고쳐 안고 도현을 봤다가, 다시 지안을 봤다.
"엄마 집에 토끼 있어?"
복도 센서등이 꺼졌다. 준혁의 어깨 너머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의 손은 어깨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준혁의 손은 아이 어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현관 매트 위에 젖은 운동화 두 켤레, 큰 것과 아주 작은 것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거실 시계가 8시 41분을 가리켰다. 아이는 9시에 잔다고, 준혁이 아까 말했다. 식탁 위에서 지안의 휴대폰이 울렸다. 옆 단지 사는 친구 보라였다. «맥주 사 감. 10분.»